야구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 경기를 보다 보면, 양 팀 선수들이 경기 중 앉아있는 곳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바로 그곳이 더그아웃(Dugout)입니다.
처음 들으면 무슨 군사 용어 같기도 한 이 단어, 사실 야구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공간이에요. 단순한 ‘벤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이상의 기능과 상징을 가지고 있답니다.
더그아웃은 경기장 양쪽에 위치해 있는, 선수들과 코치진, 트레이너 등이 경기를 준비하고 대기하는 곳이에요. 투수 교체, 작전 회의, 타석 준비, 심지어 경기 중 응급처치까지 많은 일들이 이곳에서 벌어지죠.
경기 중에는 출전하지 않는 선수가 앉아있고, 경기를 지켜보면서 다음에 나갈 준비를 합니다. 특히 공격 중에는 타순에 따라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이 배트를 휘두르는 연습도 하고, 장비를 착용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어요.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보통 벤치가 필드와 같은 높이에 있거나 위쪽에 있는데, 야구는 그렇지 않아요. 야구에서 더그아웃은 보통 그라운드보다 아래로 파여 있어요. 그래서 이름도 ‘dug out’ 즉 ‘파내다’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죠.
왜 굳이 낮게 만들었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야 확보와 안전을 위한 구조죠.
경기 중 타자가 친 파울볼이 날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그아웃을 낮춰놓으면 선수나 코치들이 직접적인 위험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관중들이 경기장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도 낮은 구조가 채택됐어요.
하지만 이 구조는 모든 리그에서 똑같은 건 아닙니다. MLB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구장이 더그아웃이 지면보다 아래에 있지만, 일부 일본 구장이나 아마추어 경기장에서는 평지나 위쪽에 위치한 경우도 있어요. 우리나라 KBO 구장들도 대부분 지면보다 낮은 구조를 채택하고 있죠.
더그아웃 안에서 벌어지는 진짜 야구
겉으로 보기엔 더그아웃이 그냥 앉아서 쉬는 공간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경기만큼이나 치열한 전략과 감정이 오가는 전장 같은 공간입니다.
여기서 코치들은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상대 팀의 움직임을 분석하며 다음 행동을 준비하죠.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이 이 조그만 공간에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감독의 존재감은 더그아웃에서 더욱 부각됩니다. TV 중계 화면에서 감독이 팔짱 끼고 있거나 작전판을 들여다보는 모습, 간혹 심판에게 항의하러 나가는 모습 많이 보셨을 텐데요. 이 모든 결정은 더그아웃에서 나와요.
또한 코치들과 소통을 통해 투수 교체 시기, 번트 여부, 대타 출전 여부 등을 빠르게 판단해야 하니, 경기 중 가장 바쁜 장소 중 하나가 바로 더그아웃입니다.
그리고 선수들 간의 유대감이 가장 많이 쌓이는 곳도 더그아웃이에요.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동료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좋은 수비를 보여준 선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아요. 반대로 실수를 했을 때는 “괜찮아, 다음에 잘하자!”며 서로 격려도 주고받죠.
이런 분위기가 팀워크를 만들고,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공간이 바로 이곳이에요.
심지어 요즘엔 KBO 구단들이 더그아웃을 점점 더 편안하고 실용적으로 바꾸고 있어요. 미니 냉장고, 쿨링팬, 아이스박스, 마사지 건, 타격 연습 공간 등 다양한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죠. 이건 단지 휴식을 위한 게 아니라, 경기 중에도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입니다.
더그아웃은 단순히 '앉아있는 벤치'가 아니라, 경기의 흐름을 결정짓는 지휘소이자, 선수들의 에너지가 교차하는 중심이라고 보시면 맞습니다.
더그아웃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
야구 더그아웃에는 재미있는 역사와 에피소드들이 많아요. 이건 단순한 경기장의 구조적 요소를 넘어서, 야구 문화와 감정을 상징하는 공간으로서의 면모도 보여줍니다.
먼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팀마다 더그아웃 위치가 다릅니다. 홈팀이라고 해서 꼭 1루 쪽에 있는 건 아니에요. 어떤 구장은 홈팀이 3루 쪽 더그아웃을 쓰고, 어떤 구장은 1루 쪽을 씁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감독이나 선수들이 경기를 보는 시야, 또는 구장 내 이동 동선의 편리함 등을 고려한 것이죠. 예를 들어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3루 쪽에서 보는 게 더 편하다는 팀도 있고, 불펜과의 이동이 더 가까워서 1루 쪽을 선호하는 팀도 있어요.
우리나라 KBO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잠실구장의 LG는 3루, 두산은 1루 더그아웃을 씁니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는 삼성이 1루를 쓰고, 원정팀이 3루를 써요. 이렇듯 더그아웃의 위치만 봐도 누가 홈팀인지 알 수 있죠.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 MLB나 KBO에서는 더그아웃 안에서 선수들이 껌을 씹거나 해바라기씨를 먹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이건 단순한 습관이라기보다, 긴장을 풀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루틴이라고 볼 수 있어요.
특히 해바라기씨는 야구 선수들의 상징처럼 여겨질 만큼 흔한 간식입니다. KBO에서도 김하성, 박병호 같은 선수들이 경기 중 자주 해바라기씨를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그리고 더그아웃 안에서 감정을 참지 못하고 헬멧을 던지거나, 배트를 부러뜨리는 모습도 가끔 보입니다. 물론 이건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만큼 승부에 대한 갈망과 감정이 깊게 들어 있는 공간이라는 방증이기도 하죠.
끝으로, 요즘엔 KBO 더그아웃에 팬서비스용 장면들이 자주 연출됩니다. 선수들이 더그아웃 앞에서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중계 카메라에 장난을 치는 모습도 종종 등장하죠. 경기 중이지만 팬들과 소통하는 유쾌한 공간이 되기도 해요.
더그아웃을 알면 야구가 더 재미있어진다
야구를 본격적으로 입문하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경기를 볼 때 단순히 타자가 공을 치는 것만 보는 게 아니라, 더그아웃의 움직임과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도 야구를 즐기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지금 투수교체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뭘까? 왜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갑자기 벤치를 떠났지? 저 선수는 다음 타석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나?
이런 걸 살펴보면 마치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생기고, 어느새 야구가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선 이해와 분석의 스포츠로 다가올 거예요.
그리고 더그아웃은 야구선수들에게도 경기장의 집과 같은 공간입니다. 이 안에서 선수들은 기쁨도, 좌절도, 팀워크도 모두 경험해요. 그런 더그아웃을 이해하면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까지 조금은 공감하게 되고, 야구가 더 깊이 있게 느껴지죠.
다음번 야구 경기를 보실 때는 타석의 선수뿐 아니라, 더그아웃 속 움직임에도 살짝 관심을 기울여보세요. 분명히 야구의 재미가 한층 더 풍부해질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