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룰5 드래프트란 도대체 뭐길래?

by exit-daily-life 2025. 5. 25.

야구를 좋아하다 보면, 가끔은 눈에 익지 않은 단어를 접하게 되죠. 그중 하나가 바로 ‘룰 5 드래프트(Rule 5 Draft)’입니다.
처음 들었을 땐 “룰이 5개 있다는 건가?” 싶기도 하고, 드래프트라니까 무슨 신인선수 뽑는 거랑 관련 있는 건가 싶죠. 사실은 둘 다 맞기도, 틀리기도 합니다. 이 제도는 신인 선수가 아닌, 이미 프로에 들어온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특한 드래프트 제도예요.

메이저리그(MLB)에는 각 팀이 유망주를 보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팜 시스템(farm system)이죠. AAA, AA, A 같은 마이너리그 팀들에서 선수를 육성하고 키우는 건데요, 여기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언제까지고 선수를 마이너에만 묶어둘 수 없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룰 5 드래프트예요.

즉, 이 제도는 유망주가 오랜 시간 동안 빅리그에 올라오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다른 팀이 그 선수를 데려가서 메이저리그 무대에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야구를 진짜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거 꽤 괜찮은 시스템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맞습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커리어를 바꿀 수 있는 기회고, 팬 입장에서는 숨겨진 보석을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벤트가 되는 제도죠.

그럼 이제 룰5 드래프트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조건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재미있는 사례들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알아볼까요?

 

야구 베이스

 


 

룰5 드래프트는 어떻게 진행될까?

룰5 드래프트는 매년 12월, 메이저리그의 겨울 회의(Winter Meetings) 기간 중 마지막 날에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 드래프트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1. 메이저리그 단계 (Major League Phase)
  2. 마이너리그 단계 (Minor League Phase)

대부분 야구팬들이 주목하는 건 첫 번째인 메이저리그 단계입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지명된 선수는 바로 메이저리그 로스터(26인 명단)에 등록해야만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무 선수를 막 데려올 수 있는 건 아니에요. ‘40인 로스터(40-man roster)’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 중에서만 데려올 수 있습니다. 여기서 40인 로스터는 메이저리그 팀이 시즌 중 혹은 시즌 전후에 보유할 수 있는 주요 선수 명단을 의미합니다.
이 명단에 포함된 선수는 룰5 드래프트에서 보호받지만, 빠져 있다면 드래프트 대상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선수가 계약한 지 일정 기간이 지났어야 한다는 건데요,

  • 18세 이하로 프로에 입단한 선수는 5년이 지난 경우
  • 19세 이상으로 입단한 선수는 4년이 지난 경우

이때까지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룰5 드래프트 대상이 됩니다.

이렇게 정해진 조건에 따라 드래프트가 시작되면, 메이저리그 팀들은 지명 순서대로 선수 1명을 선택할 수 있어요. 단, 이 선수를 지명한 팀은 반드시 그 선수를 다음 시즌 전체 동안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유지해야 합니다. 만약 시즌 도중 그 선수를 내려보내야 한다면? 원 소속팀에 돌려줘야 해요.

이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죠. 그래서 팀 입장에서는 무턱대고 선수를 데려올 수 없고, 정말 당장 빅리그에서 써먹을 수 있는지를 잘 따져봐야 합니다. 선수에게는 기회지만, 팀에게는 일종의 ‘도박’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룰5 드래프트로 기회를 잡은 선수들

“정말 룰5 드래프트로 빅리그에서 성공한 선수가 있냐”고요? 물론 있습니다. 그것도 꽤 많아요. 한 번쯤 이름 들어봤을 조한 산타나(Johan Santana), 댄 어글라(Dan Uggla) 같은 선수들이 바로 룰5 드래프트로 인생이 바뀐 사례입니다.

먼저 조한 산타나는 원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유망주였지만, 룰5 드래프트를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하면서 커리어가 폭발했어요. 사이영상도 2회나 수상하고, MLB 최고의 투수로 자리 잡았죠.
이런 선수를 놓친 휴스턴은 두고두고 아쉬워했을 정도입니다.

또 다른 예는 댄 어글라, 이 선수는 플로리다 말린스가 룰5 드래프트에서 데려왔는데, 데뷔 첫해부터 홈런 27개, OPS 0.818이라는 어마어마한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이후 몇 년간 2루수 홈런왕 자리를 지켰죠.

한국 선수 중에서는 직접 룰5 드래프트를 통해 MLB에 진출한 사례는 없지만, KBO 선수들이 MLB 진출할 때,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으면 룰5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
이 제도는 MLB 전체 시스템과 선수 이동의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또 재미있는 사례는 어떤 팀이 룰5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데려왔지만, 시즌 도중 내릴 수 없으니 그 선수를 거의 쓰지 못하고 벤치에만 앉혀놓은 경우도 있었어요. 선수 입장에선 메이저리그에 올라왔지만, 뛸 기회가 적어 고민인 상황도 발생하는 거죠.

그래서 요즘은 팀들이 꼭 필요하고 즉시 활용 가능한 선수에게만 룰5 지명을 사용하는 분위기입니다. 팬들도 “우리 팀이 룰 5에서 누구를 데려올까?”를 기대하며 지켜보죠.

 


 

룰5 드래프트가 주는 의미

그럼 룰5 드래프트가 단지 유망주 하나 뽑는 수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제도는 메이저리그의 공정성과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장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어떤 팀은 유망주를 너무 많이 보유해서 정작 다른 팀에서는 제대로 된 자원을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룰5 드래프트는 이런 ‘선수 독점’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선수 개인의 입장에서도 정말 중요한 제도예요. 마이너리그에서 오랫동안 성실히 뛰었지만 팀 사정으로 기회를 받지 못하던 선수가,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많습니다.
팬 입장에서도 이런 선수를 발견하고 응원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그리고 룰5 드래프트를 이해하면, 왜 어떤 팀이 특정 유망주를 갑자기 40인 로스터에 올리는지, 왜 누군가는 시즌 내내 벤치에만 앉아 있었는지, 이런 ‘감춰진 이유’를 알게 돼요.
야구를 더 깊이 있게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룰5 드래프트는 숨은 전략을 읽는 재미를 주는 장치랍니다.

 


 

룰5 드래프트, 알고 보면 매력 있는 제도

이렇게 룰5 드래프트는 단순히 유망주 뽑는 드래프트가 아니라, 선수에게는 기회, 팀에게는 전략, 팬에게는 발견의 재미를 안겨주는 독특한 제도예요.

처음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 제도를 이해하고 나면 왜 MLB에서 매년 이 드래프트가 관심을 받는지, 어떤 선수가 어디로 가는지 뉴스에 뜨는 이유가 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다음 겨울, 룰5 드래프트가 열리는 시기에 뉴스를 보게 된다면, "아, 저 선수는 원래 다른 팀에 있었는데, 이 팀이 메이저리그 기회를 주려고 데려온 거구나!" 하고 이해가 되실 거예요.

야구는 룰이 복잡한 만큼, 알고 보면 볼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매력을 가진 스포츠예요.
룰5 드래프트는 그 매력을 이해하는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질문해 주세요. 야구 이야기라면 밤을 새워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