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야구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사장님, 어떤 글러브를 사야 할까요?”라는 질문이죠. 사실 이 질문은 정말 잘하신 거예요. 왜냐면 야구 글러브는 단순히 공만 잡는 도구가 아니라, 포지션, 손 크기, 예산, 손맛까지 고려해서 골라야 하는 “장비 중 장비”거든요. 저희 매장에도 사회인 야구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하나같이 두 가지 감정을 안고 오세요. 하나는 설렘, 또 하나는 막막함. 이 글에서는 그런 분들을 위해, 사회인 야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어떤 글러브를 고르면 좋을지, 제가 그동안 수백 명의 입문자들에게 상담해 드린 노하우를 바탕으로 풀어드릴게요.
“포지션별 글러브 차이, 꼭 알아야 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건 내가 어떤 포지션을 맡을 건가요?입니다. 사회인 야구에서는 포지션이 자주 바뀌기도 하지만, 대체로 자기 스타일에 맞는 위치가 정해지는 편이죠. 그에 따라 글러브도 달라져야 해요.
1루수 글러브와 포수 미트는 처음엔 피하세요
포수 미트랑 1루 미트는 아예 다른 구조입니다. 패턴도 다르고, 일반 내야 글러브랑은 전혀 달라요. 입문 단계에서는 대부분 내야나 외야로 들어가게 되니, 굳이 처음부터 미트를 사는 건 추천드리지 않아요. 특히 포수 미트는 손목 힘도 많이 들어가고,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내야수용 글러브: 빠른 송구와 핸들링이 중요
내야수 포지션(2루, 유격수, 3루)을 고려하신다면 글러브는 대략 11.25인치~11.75인치 사이가 적당해요. 너무 크면 볼 빠르게 꺼내기가 힘들고, 너무 작으면 공이 빠지기 쉬워요. 사회인 야구에서는 ‘유격수’ 포지션을 제일 많이 맡게 되는데, 이 포지션은 핸들링이 중요하니까 손에 착 감기는 모델을 추천드려요.
외야수용 글러브: 안정적인 캐치와 넓은 포켓
외야수는 뜬공을 안정적으로 잡아야 하니 포켓이 크고 깊은 글러브가 좋아요. 보통 12.5인치 이상, 13인치까지도 씁니다. 사회인 야구에서는 빠른 주력보다는 정확한 캐치와 송구가 중요하니, 포켓 깊이를 꼭 확인하세요. 그리고 외야용 글러브는 디자인이 멋있는 게 많아서 고르는 재미도 있어요.
“브랜드보다 중요한 건 착용감입니다”
많은 분들이 ‘어떤 브랜드가 좋아요?’ 하고 물어보세요. 물론 브랜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손에 착 감기는 착용감이 더 중요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기 브랜드는 이유가 있다
미즈노, 윌슨, 롤링스, 제트, SSK 같은 브랜드는 분명히 품질이 좋습니다. 사회인 야구에서도 쓰기 좋은 중간급 라인업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미즈노 글로벌 엘리트, 윌슨 A2000 시리즈 같은 경우는 적당한 가격대에 품질도 뛰어나죠.
하지만, 브랜드에 집착하다 보면 정작 손에 안 맞는 글러브를 사게 될 수 있어요. 글러브는 말 그대로 손으로 조작하는 도구인데, 손 모양이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매장에 오셔서 꼭 껴보셔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평점만 보고 구매하는 것보다, 직접 착용해 보고 내 손에 맞는지 확인하는 게 훨씬 중요해요.
너무 비싼 글러브는 오히려 독
입문자분들 중엔 처음부터 40만 원, 50만 원짜리 글러브를 사시는 분들도 계세요. 물론 여유가 되신다면 상관없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고가의 글러브는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집니다. 손에 맞게 길들이기도 어렵고요.
제가 추천드리는 건 20~30만 원 선에서 중상급 모델을 고르시는 거예요. 이 정도면 품질도 괜찮고, 길들이기도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나중에 야구에 더 빠져들게 되면, 그때 고급 라인으로 넘어가도 전혀 늦지 않아요.
“중고냐 새 제품이냐, 길들이기가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많이 받는 질문이 이겁니다. “중고 글러브 사도 괜찮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길들여진 글러브는 초보자에게 유리
글러브는 새 제품일 경우, 처음에는 딱딱하고 공도 잘 안 들어갑니다. 손목도 아프고요. 그래서 요즘은 적당히 길들여진 중고 글러브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미 어느 정도 부드럽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초보자도 잡기 편하죠.
단, 모양이 망가진 중고는 피하셔야 해요. 포켓이 무너졌거나, 손등 끈이 늘어나서 헐렁해진 글러브는 아무리 싸도 비추입니다. 글러브는 한 번 틀어진 구조를 다시 잡기 어렵거든요.
새 글러브도 잘 길들이면 OK
반대로 새 제품을 사더라도 잘 길들이면 문제 없습니다. 요즘은 스팀 길들이기, 오일 코팅, 고무망치 작업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까요. 보통은 글러브를 구매하신 매장에서 길들이기 서비스 제공해드리고 있어요. 다만, 시간이 좀 걸린다는 점은 알아두셔야 해요. 보통 2~3주 정도 꾸준히 써줘야 본인의 손에 맞게 잘 길들여져요.
내 손, 내 포지션, 내 스타일에 맞는 글러브가 최고입니다
글러브는 단순한 스포츠 장비가 아닙니다. 입문자 시절에 어떤 글러브를 선택했느냐가 앞으로 야구를 얼마나 즐겁게 할 수 있느냐를 좌우합니다. “좋은 글러브 하나가 야구를 바꾼다”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이겁니다.
포지션에 맞는 크기, 손에 맞는 착용감, 그리고 나의 예산에 맞는 제품을 찾으셔야 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매장에 직접 방문해서 끼워보고, 상담받고, 길들이기까지 지원받는 게 가장 좋습니다.
마지막 팁 하나 더 드리자면, 글러브를 고를 때 “설렘”이 느껴져야 합니다. 야구는 즐거운 스포츠니까요. 마음에 들고 손에 맞는 글러브를 찾으면, 공 잡는 순간이 기다려지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그게 바로 입문자로서 최고의 시작이에요.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들러서 상담받으세요. 사회인 야구, 장비만 잘 골라도 절반은 성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