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이 팀, 득실차 대비 승률이 너무 높아. 피타고리안 승률로 보면 거품 낀 성적이야.”
“피타고리안 승률상 이 팀은 더 이길 수 있었던 시즌이에요.”
처음 듣는 분들에겐 다소 낯설고 수학 같아 보이는 말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피타고리안 승률(Pythagorean Winning Percentage)'은 야구의 세계에서 꽤 중요한 개념이에요.
단순한 승률 계산을 넘어, 팀의 실질적인 실력을 수치로 분석하고, 운의 영향을 배제하려는 시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글에서는
- 피타고리안 승률이 왜 생겨났는지
- 어떤 공식으로 계산되는지
- 실제로 얼마나 정확한지
를 알기 쉽게 설명해 볼게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우리가 야구를 볼 때 이 지표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 입문자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보겠습니다.
1. 피타고리안 승률은 왜 생겼을까?
먼저 배경을 알아야 이해가 쉬워요.
야구는 시즌 내내 경기 수가 매우 많습니다. KBO는 팀당 144경기, MLB는 무려 162경기를 치러요.
이렇게 긴 시즌을 보내다 보면, 단순히 ‘이겼냐 졌냐’만으로 팀의 실력을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아요.
● 단순 승률의 한계
예를 들어보죠.
- A팀: 80승 62패, 승률 0.563
- B팀: 78승 64패, 승률 0.549
겉보기엔 A팀이 더 강해 보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아래와 같은 득실차가 나올 수 있어요.
- A팀: 득점 600점, 실점 590점
- B팀: 득점 700점, 실점 620점
이 경우, B팀이 경기를 이길 땐 크게 이기고, 질 때는 아쉽게 진다는 뜻이고,
A팀은 운이 좋았거나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많이 챙겼다는 의미일 수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피타고리안 승률(Pythagorean Winning Percentage)입니다.
‘진짜 실력을 점수 차로 파악하자’는 개념이죠.
● 이름이 왜 '피타고리안'일까?
이 승률 계산 방식이 피타고라스의 정리(𝑎² + 𝑏² = 𝑐²)와 비슷한 수식을 사용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1980년대, 야구 통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빌 제임스(Bill James)가 이 공식을 처음 사용했어요.
즉, 팀의 득점과 실점을 제곱해서 승률을 예측하는 방식이라는 거죠.
2. 공식은 어떻게 계산되고, 어떤 의미를 가질까?
피타고리안 승률은 수식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피타고리안 승률=득점2득점2+실점2\text{피타고리안 승률} = \frac{\text{득점}^2}{\text{득점}^2 + \text{실점}^2}
간단하게 계산해 볼게요.
● 예시 1: 700 득점, 600 실점한 팀
=70027002+6002=490000490000+360000=490000850000≈0.576= \frac{700^2}{700^2 + 600^2} = \frac{490000}{490000 + 360000} = \frac{490000}{850000} \approx 0.576
즉, 이 팀은 약 57.6%의 승률이 예상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승률이 이보다 높으면 ‘운이 좋았다’고 보고,
낮으면 ‘불운했던 시즌’으로 분석하는 거죠.
● 예시 2: 620 득점, 700 실점한 팀
=62026202+7002=384400384400+490000≈0.439= \frac{620^2}{620^2 + 700^2} = \frac{384400}{384400 + 490000} \approx 0.439
이 팀은 득점보다 실점이 많기 때문에, 피타고리안 승률이 0.439로 낮게 나옵니다.
즉, 실점이 많을수록 ‘이길 확률’이 떨어진다는 걸 수학적으로 증명해 주는 거예요.
● 변형 공식도 있다
초기에는 제곱(^2)을 사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보다 약간 높은 값(1.83, 1.91 등)을 사용하는 게 정확도가 더 높다는 통계적 결론이 나왔어요.
그래서 일부 분석가들은 아래와 같은 공식도 씁니다.
승률=득점1.83득점1.83+실점1.83\text{승률} = \frac{\text{득점}^{1.83}}{\text{득점}^{1.83} + \text{실점}^{1.83}}
하지만 입문자에게는 기본 제곱 버전으로 이해해도 충분히 의미 있고, 실전 적용에 큰 문제는 없어요.
3. 실제로 피타고리안 승률은 얼마나 믿을 만할까?
그렇다면 이 공식이 단순한 수학놀이에 불과할까요? 전혀 아니에요.
생각보다 매우 정확하고, 실제로도 다양한 분석에 활용되고 있어요.
● 피타고리안 승률과 실제 승률의 비교
예를 들어, MLB나 KBO 팀 중 실제 승률과 피타고리안 승률 사이에 큰 차이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 팀들은 흔히 "운이 좋은 팀", 또는 "클러치 상황에서 강한 팀"으로 불리기도 하죠.
하지만 이 수치는 결국 ‘시즌 전체적인 실력’을 수치화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내년 시즌의 예측 지표로도 매우 유용하게 쓰입니다.
예를 들어:
- A팀: 실제 승률 0.615, 피타고리안 승률 0.565 → 운 좋았던 팀
- B팀: 실제 승률 0.480, 피타고리안 승률 0.520 → 내년에 반등 가능성이 있는 팀
● 단점도 있다
물론 이 지표가 완벽한 건 아닙니다.
- 클러치 능력 (접전 상황에서 이기는 능력)은 수치에 반영되지 않음
- 불펜 운용, 감독의 작전 능력, 부상 변수 등은 포함되지 않음
- 한 경기 대량 실점/득점이 많으면 수치가 왜곡될 수 있음
그래서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보조적 수단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즌 전력이나 로스터의 밸런스를 평가할 땐 굉장히 유용해요.
야구 입문자가 피타고리안 승률을 왜 알아야 할까?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어요.
"그냥 이긴 팀이 강한 거 아닌가요?"
"승률이면 됐지, 왜 이렇게 복잡하게 계산하죠?"
좋은 질문이에요.
그런데 야구는 시즌 단위로 승부를 보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단순히 ‘오늘 이겼다’가 아니라 ‘올해 얼마나 잘하고 있나’를 판단하는 지표가 필요해요.
그럴 때 피타고리안 승률은
- 팀의 실력 대비 현재 성적이 적절한지,
- 운에 기대어 이긴 건지,
- 앞으로 반등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가늠하게 해주는 좋은 도구가 되는 겁니다.
야구에 조금 더 깊게 들어가고 싶은 분들에겐,
이 지표가 팀 성적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렌즈가 되어줄 거예요.
요약하자면, 피타고리안 승률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특히 유용합니다:
✅ 팀이 너무 많이 이기거나 지는 이유가 궁금할 때
✅ 순위와 실력이 괴리된 것처럼 보일 때
✅ 다음 시즌의 반등 가능성을 예측하고 싶을 때
✅ 도박, 베팅, 판타지리그 등에서 분석 지표가 필요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