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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로진백, 그 하얀 가루의 정체는?

by exit-daily-life 2025. 6. 30.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이런 장면 많이 보셨을 거예요.
투수가 마운드 뒤쪽에서 뭔가 작은 주머니를 집어 들더니,
손에 ‘톡톡’ 두드리고는 다시 공을 쥐는 모습.

이때 투수가 사용하는 하얀 가루가 바로 ‘로진백(Rosin Bag)’입니다.

처음 보는 분들은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아요. 저도 그렀었고요.

“가루를 왜 손에 바르지?”
“저게 무슨 약품 아니야?”
“공에 뭔가 발라서 반칙하는 거 아냐?”
이렇게 의아해하실 수도 있죠.

하지만 로진백은 야구 규칙상 공식적으로 허용된 ‘보조 장비’입니다.
단순한 가루 주머니 같지만, 이 작은 백 하나가 투수의 제구력, 경기 흐름, 그리고 규칙까지 건드리는 중요한 도구예요.

오늘은 이 로진백의 정체와 쓰임새, 그리고 야구팬들도 잘 모르는 흥미로운 사실들까지 아주 친절하고 깊이 있게 알려드릴게요.

 

마운드 위 한쪽에 놓여있는 로진백

 


 

1. 로진백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 로진(Rosin)이란?

로진(Rosin)은 소나무 수액을 말려 만든 천연수지입니다.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로진은 끈적거리고 투명한 고체 형태인데,
야구에서 쓰이는 로진은 이를 가루 형태로 만들어 작은 천 주머니(로진백)에 담은 것이에요.

주로 투수의 손에 습기가 많을 때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더 좋은 그립감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 왜 손에 바를까?

야구공은 가죽 재질이라 땀이 많거나 손이 축축할 때 미끄러워질 수 있어요.
특히 날씨가 더운 여름에는 공을 잘못 던져 사구(몸에 맞는 공)가 나올 위험도 커지고,
비가 오는 날엔 아예 공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가기도 하죠.

그래서 투수는 마운드에 올라서기 전에,
또는 상황에 따라 던지기 직전에 로진백을 손에 쳐서 땀을 말리고 마찰력을 높입니다.

한마디로, 미끄러짐 방지용 미네랄 파우더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 로진백은 어디에 두나요?

경기 중 로진백은 투수 마운드 뒤쪽, 피처 플레이트 바로 뒤의 흙 위에 항상 놓여 있어요.
투수는 필요할 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사용이 끝난 뒤엔 다시 마운드 뒤에 툭 던져 놓으면 됩니다.

KBO, MLB 모두 동일한 위치에 로진백이 놓이며, 경기 중 최소 한 개 이상 비치해야 해요.

 


 

2. 로진백은 규칙상 어떤 위치에 있을까?

● 로진은 ‘합법’, 하지만 제한도 있다

야구에서 투수가 공에 뭔가를 바르면 대부분 불법입니다.
타르, 송진, 바셀린, 심지어 침까지도 특정 상황에선 반칙 행위로 간주돼요.
그런데 로진은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허용된 외부 물질입니다.

하지만 ‘허용되었다고 무조건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건 아니에요.’

💡 예를 들어볼게요:

  • 로진만 사용하는 건 OK
  • 로진 + 침, 또는 로진 + 선크림을 섞어서 쓴다면? → 불법입니다
  • 이유는? 로진과 다른 액체가 결합하면 끈적한 물질이 되고,
    공의 회전과 그립에 ‘부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에요

MLB에서는 이 문제 때문에 몇 번이나 논란과 제재가 있었고,
2023년엔 메츠의 맥스 셔저가 로진과 땀을 혼용한 혐의로 10경기 출장정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 사용 빈도와 스타일도 투수마다 다르다

어떤 투수는 로진백을 자주 들고 손에 비비고,
어떤 투수는 거의 건드리지 않기도 해요.
이건 투수의 손 상태, 날씨, 본인의 루틴에 따라 다르죠.

예를 들어:

  • 손에 땀이 많은 투수: 로진 사용 빈도 ↑
  • 손이 건조한 투수: 오히려 로진을 적게 쓰거나 회피
  • 루틴을 중시하는 투수: 투구 전 무조건 1회 손에 탁탁 두드림

로진백을 어떻게 쓰느냐도 ‘투수의 개성’이 드러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3. 로진백에 얽힌 재미있는 사실들

로진백은 단순한 가루 주머니 같지만, 야구 역사에서 꽤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논쟁이 많아요.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해볼게요.

● 로진백 금지 논란

과거 야구 초창기에는 로진백이 ‘사기 아이템’이라는 주장도 있었어요.
특히 1920년대 미국 리그에서는 어떤 감독이
“저 가루 때문에 투수 공이 갑자기 튀는 것 같다”라고 항의한 적도 있었죠.

이 때문에 MLB는 1930년대까지 로진백 사용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가,
1938년에 정식으로 다시 허용하게 됩니다.
그만큼 ‘손에 바르는 것’은 공정성 논란의 핵심이었다는 거죠.

● 로진백을 무기로 쓴 적도 있다?

1970년대 한 일본 프로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로진백을 바닥에 던졌다가 상대 팀 타자가
“로진 가루가 눈에 들어가서 방해됐다”라고 항의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후 일부 리그에서는 로진백을 사용할 때 손에만 바르고, 땅에 강하게 치지 말 것을 권장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거의 모든 투수들이 그냥 ‘탁탁’ 손에 비비는 정도로만 사용하죠.

● 요즘은 선수용 ‘개인 로진백’도 있다

최근에는 일부 투수들이 자신의 손 상태에 맞춘 전용 로진백을 가지고 다니기도 해요.
특히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맞춤형 로진백이 꽤 인기입니다.

종류도 다양해요:

  • 소나무 대신 편백나무 수지를 쓴 제품
  • 가루 대신 크림형 로진젤 형태
  • 향기 나 멘톨 성분을 넣은 것 등

물론 경기 중엔 공식 로진백만 사용 가능하지만,
연습이나 개인 워밍업 시엔 투수 개개인이 자기 손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시대가 된 거죠.

 


 

마무리하며: 작은 가루백 하나에 담긴 투수의 진심

로진백은 눈에 띄지 않는 장비지만,
그 중요성은 절대 작지 않습니다.
투수가 던지는 매 공 하나의 안정성과 제구력, 부상 방지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작은 백 하나를 두고
심판이 경고를 하거나, 출전 정지를 시킬 정도로 규칙이 까다롭다는 점은,
야구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정밀한지, 또 정정당당함을 중요시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해요.

다음에 중계를 보실 때 투수가 마운드 뒤에 있는 하얀 가루 주머니를 집어 들면,
“아, 저게 바로 로진백이지!”
“오늘 날씨가 덥구나, 공이 미끄러워지는 걸 막으려고 쓰는 거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