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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고의사구, 그게 뭔데?

by exit-daily-life 2025. 6. 1.

야구를 보다 보면 투수가 타자에게 일부러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않고, 포수가 미트만 내밀고도 그냥 1루로 걸어 보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럴 때 해설자가 “자동 고의사구네요”라고 말하곤 하죠. 그런데 야구를 막 입문한 분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아니 공도 안 던졌는데 왜 타자가 그냥 1루로 걸어가?”
“그게 야구 규칙에 맞는 거야?”

맞습니다. 요즘 프로야구에서는 실제로 공을 던지지 않아도 감독이 고의사구를 요청하면 그냥 1루로 보내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이게 바로 ‘자동 고의사구’입니다.

이 제도는 2017년 메이저리그(MLB)에서 처음 도입되었고, 이후 KBO리그도 이를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어요.
오늘 이 글에서는 이 ‘자동 고의사구’가 왜 생겼는지,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이 제도가 가진 장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쉽고 친근하게 풀어드릴게요.

 

1루에서 투수를 바라보는 주자와 1루수

 


 

자동 고의사구는 왜 생겼을까?

야구에서 ‘고의사구’란 말 그대로 일부러 사구(볼넷)를 주는 행위입니다.
보통은 상대 타자가 너무 강해서 일부러 승부를 피하거나, 다음 타자와 승부하려고, 또는 병살을 유도하기 위해 쓰이죠.
예전에는 이 고의사구를 하기 위해 투수가 네 번 연속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난 공을 포수에게 던져야 했습니다.
그 공들은 전부 스트라이크존을 명백히 벗어나야 하고, 타자가 휘두르면 안 됐죠.

그런데 가끔은 이 고의사구 중에도 사고가 납니다.
예를 들어 투수가 고의사구를 주려다 너무 긴장해서 던진 공이 포수 머리 위로 날아가 폭투가 되는 경우가 있고,
운 좋게도 타자가 휘두르다 공에 맞추면 안타가 되는 장면도 극히 드물지만 있었어요.

이런 상황들을 막고, 경기 흐름을 더 빠르게 가져가려는 목적에서 MLB는 2017년부터 자동 고의사구 제도를 도입했어요.
이 제도의 핵심은 아주 간단합니다.

“고의사구를 주고 싶으면, 그냥 벤치에서 말만 하면 돼요. 공은 안 던져도 됩니다.”

그 결과, 불필요한 4개의 볼 던지기를 생략할 수 있게 되었고, 경기 흐름이 빨라졌다는 평가도 있었어요.
KBO리그도 2018년부터 이 자동 고의사구를 도입하면서, 국내 팬들도 이 낯선 광경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지금은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고의사구는 언제, 왜 쓰는 걸까?

자동 고의사구를 이해하려면, 왜 고의사구를 주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전략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야구는 단순히 공을 던지고 치는 경기처럼 보여도, 상대와의 수 싸움, 확률 싸움이 굉장히 치열한 스포츠입니다.

① 강타자 피하기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상대 타자가 너무 강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9회 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상대 타자가 홈런을 잘 치는 중심타자라면,
굳이 정면 승부를 하느니 그냥 1루로 보내고 다음 타자와 싸우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어요.

이런 경우엔 감독이 “저 타자랑 승부 안 해”라고 선언하는 의미로 자동 고의사구를 지시하죠.

② 병살 유도

또 다른 전략적 이유는 병살을 유도하기 위해입니다.
예를 들어 1사 2루 상황에서 고의사구로 타자를 1루로 보내면 1루-2루에 주자가 쌓이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다음 타자를 유도해 병살타가 나오면 단숨에 이닝이 끝나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한 작전으로 사용됩니다.

③ 승부 조절

가끔은 의도적으로 점수를 주지 않기 위해서도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1루 3루 상황에서 강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정면 승부해서 홈런 맞는 것보다는 그냥 1루로 보내서 만루 상황을 만들고,
투수가 더 자신 있는 타자와 승부하게 하기도 해요.

이렇듯 고의사구는 단순히 “무섭다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점수, 주자 상황, 이닝, 타자의 상태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한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자동 고의사구는 이런 전략을 더 빠르고 깔끔하게 실행하기 위해 생긴 제도인 거죠.

 


 

자동 고의사구, 장점과 아쉬운 점

자동 고의사구는 분명히 긍정적인 기능을 합니다.
경기 흐름이 빨라지고, 투수가 굳이 공을 네 개나 던지지 않아도 되니 체력도 아낄 수 있고요.
하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장점

  • 경기 시간 단축: 한 경기마다 2~3번씩 고의사구가 나올 경우, 매번 4개의 공을 던지면 꽤 시간이 지체되죠. 자동 고의사구는 그런 비효율을 줄여줍니다.
  • 부상 방지: 고의사구 도중 투수가 긴장을 놓쳐 폭투를 하거나, 포수가 공을 놓쳐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는 사고도 막을 수 있어요.
  • 전략 실행 간편화: 감독이 벤치에서 사인만 내리면 되니, 더 빠르게 작전 전환이 가능합니다.

단점

  • 예상치 못한 드라마의 소멸: 사실 고의사구 도중에도 종종 예상치 못한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타자가 억지로 휘둘러서 안타를 만들거나, 포수가 공을 놓쳐서 주자가 득점하는 사건들이요.
    자동 고의사구로 그런 드라마는 사라졌습니다.
  • '의식적인 연기’의 부재: 예전에는 투수와 포수가 고의사구를 할 때 약간의 ‘쇼’가 있었습니다.
    투수가 천천히 바깥쪽 공을 던지고, 포수가 몸을 움직이며 미트를 받는 모습이 일종의 의식처럼 진행됐어요.
    그런 장면들이 사라지니 야구의 묘미가 줄어들었다는 팬들도 있어요.
  • 초보 팬에겐 혼란: 입문자 입장에서는 공도 안 던졌는데 타자가 걸어 나가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게 규칙에 맞나?” 하고 헷갈리기도 하죠.

결국 자동 고의사구는 야구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진화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전통적 요소가 사라졌다는 아쉬움도 공존하는 제도입니다.

 


 

자동 고의사구, 변화하는 야구의 한 장면

야구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스트라이크존의 해석, 투수 교체 규칙, 주루 제한, 그리고 자동 고의사구까지 — 모두 야구를 더 빠르고, 더 전략적으로, 더 흥미롭게 만들기 위한 변화들이죠.

자동 고의사구도 그런 변화 중 하나입니다.
입문자 분들이 보기엔 ‘어? 왜 안 던지지?’ 하고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전술과 고민이 담겨 있어요.
한 경기를 운영함에 있어서 감독과 투수, 포수가 짜는 시나리오의 일부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야구 경기를 볼 때, 타자가 공도 없이 그냥 1루로 걸어가면
“아, 자동 고의사구네. 다음 타자랑 병살 유도하려고 그러나 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입문 단계를 넘어 야구의 흐름을 읽고 있는 겁니다.

야구는 디테일이 재미입니다.
이런 작은 규칙 하나도 알고 보면 훨씬 흥미롭고, 경기를 보는 눈이 달라지죠.
앞으로도 궁금한 야구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지 함께 풀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