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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투수들이 자기의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

by exit-daily-life 2025. 5. 15.

김태형 감독

" 투수는 흔들릴 때 루틴이 없으면 무너진다 "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 <야구의 신> 출연 中

 

정우람

" 멘탈이 흔들리면 몸도 무너진다 "

— SPOTV 인터뷰 中

 

 

처음 사회인 야구팀에서 투수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이 멘탈이었습니다. 연습 때는 잘 던졌는데 막상 경기에서 타자 앞에 서면 손이 떨리고, 마음속에서는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경험을 쌓고, 야구 선수들 인터뷰도 찾아보고, 주변 코치와 선수들 이야기도 들으면서 느낀 게 있어요. 야구, 특히 투수는 멘탈 스포츠다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겁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걸 꺼내 쓸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멘탈 관리예요. 오늘은 그 부분을 좀 더 현실감 있게, 프로야구 선수들이 실제로 어떻게 멘탈을 관리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멘탈이 흔들릴때..


 

프로 투수들이 강조하는 ‘자기 루틴’의 힘

많은 프로야구 투수들은 루틴을 통해 자기 멘탈을 관리합니다. 루틴이란 쉽게 말해서 경기 전후 또는 경기 중에 항상 똑같이 반복하는 행동 패턴인데요, 이 단순한 반복이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면, 류현진 선수는 “경기 날 아침 식사부터 몸 풀기, 공 던지기 전 워밍업까지 모두 똑같이 반복한다”라고 말합니다. 이걸 통해 본인이 ‘지금은 경기를 할 준비가 됐어’라는 믿음을 자연스럽게 쌓아간다는 거죠.

이용찬 선수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나만의 템포를 유지하는 게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게 해준다.” 실제로 그가 던지기 전 숨 고르거나 모자 고쳐 쓰는 동작도 모두 루틴입니다. 이걸 무심코 보면 별 의미 없어 보이지만, 본인에게는 멘탈을 딱 고정시키는 의식 같은 거죠.

 

류현진 – “루틴은 나를 경기 모드로 바꿔준다”

“경기 날엔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식사로 하루를 시작해요. 준비하는 순서가 일정해야 마음이 편해지고, 몸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거든요. 루틴이란 건 멘탈을 경기 모드로 바꿔주는 스위치 같은 거예요.”
— SBS Sports 인터뷰 中

 

입문자에게 적용하기

사회인 야구에서는 이런 루틴을 조금만 의식적으로 만들면 큰 효과가 있어요. 예를 들면,

  • 마운드 오르기 전에 심호흡 세 번
  • 손가락 위치 확인 후 스트레칭
  • 첫 공 전엔 무조건 볼 던지지 않기 등

이런 습관을 만들면 긴장된 상태에서도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여줍니다. 멘탈이 흔들릴 때, 몸이 기억하는 흐름이 나를 다시 잡아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오게 됩니다.


 

위기를 넘기는 말버릇과 생각 습관

프로야구 투수들은 위기 상황에서 멘탈이 무너지는 걸 가장 경계합니다. 볼넷 두 개, 안타 하나만 맞아도 갑자기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그들이 의외로 자주 사용하는 게 자기와의 대화, 말버릇입니다.

김광현의 예

김광현 선수는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어차피 이건 지나간다’, ‘다음 타자만 잡자’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반복한다”고 합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전환(Cognitive Reframing) 개념을 실제로 활용하는 거죠. 자기 생각을 부정적인 쪽으로 두지 않고, 즉시 방향을 틀어주는 겁니다.

이와 비슷하게, 양현종 선수도 "마운드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한다"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좋아, 괜찮아. 저 타자는 내가 잡을 수 있어.” 이런 식으로 부정적인 생각의 틈을 줄이는 거죠.

 

김광현 – “생각을 바꾸면 결과도 달라지더라”

“한 번은 연속 안타를 맞고 완전히 멘붕이 왔어요. 그런데 ‘어차피 지나간 일이다’라고 생각하니까 이상하게 다시 공이 들어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 멘탈이 결과를 바꾼다는 걸 실감했어요.”
— 중앙일보 인터뷰 (2022)

 

사회인 야구에선 이렇게 해보세요

  • 타자에게 실점했을 때 “이건 연습이었다. 진짜는 다음 타자야.”
  • 공이 높게 빠졌을 때는 “괜찮아. 지금은 손이 좀 느렸어.”
  • 연속 볼넷일 땐 “지금부터라도 잡자. 아직 늦지 않았어.”

이런 식으로 마음속 말을 바꾸면, 이상하게 몸 동작도 조금씩 안정을 찾게 됩니다. 중요한 건 부정적인 흐름을 인정하되, 빨리 다음 생각으로 넘어가는 겁니다. 멘탈이 약한 사람은 실패에 머무르고, 강한 사람은 그걸 흘려보낼 줄 압니다.

 


 

실패를 견디는 법: 기록보다 과정에 집중하기

프로 선수들도 실패를 자주 겪습니다. 1이닝도 못 채우고 강판되는 날, 5실점 하는 날, 감독에게 꾸중 듣는 날도 많죠. 하지만 그들이 무너지지 않고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건 실패를 바라보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승환의 태도

예를 들어 오승환 선수는 마무리 투수로 유명하죠. 마무리는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에 나가는 자리라 부담이 엄청납니다. 그런데 그는 “홈런을 맞더라도, 다음 날 또 같은 상황에서 던질 수 있어야 마무리”라고 말합니다. 결국 멘탈이 버텨야 그 자리를 계속 맡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자기 실투나 홈런 장면을 복기하면서도, 그날의 몸 상태와 던졌던 감각, 루틴의 흐름 등을 분석합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보는 눈이 있는 거죠.

 

오승환 – “실패는 언제든 올 수 있다, 중요한 건 다음”

“홈런 맞고 실점하는 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어요. 그게 무서워서 던질 수 없다면 마무리 투수를 할 수 없죠. 중요한 건 다음 기회에 다시 마운드에 서는 것,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겁니다.”
— <이승엽과 야구하다> 팟캐스트 인터뷰

 

입문자도 이렇게 해보세요

사회인 야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점했다고 너무 자책하면 다음 경기에 나가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을 그냥 실패로 보지 말고,

  • “왜 이 공이 높았을까?”
  • “왜 타자가 기다리고 있던 걸까?”
  • “내 템포가 너무 빨랐던 건 아닐까?”

이런 식으로 원인을 과정에서 찾으면, 실수는 곧 자산이 됩니다.
그리고 그날 안 좋았던 부분을 다음 경기 때 보완하면 성취감도 느껴지고요. 멘탈이라는 건 절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루는 방식에서 천천히 단단해지는 겁니다.

 


 

멘탈도 기술이다, 훈련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야구에서 멘탈은 재능이 아니라 관리하고 훈련해야 하는 ‘기술’입니다.
프로 선수들도 실점하면 흔들리고, 팬들의 비난에 상처받고, 슬럼프를 겪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계속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이유는, 멘탈을 관리하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루틴을 만들고, 자기에게 말을 걸고, 실패를 분석하고 넘어가는 습관.
이 세 가지는 사회인 야구를 시작하는 입문자들에게도 분명히 적용 가능한 내용이에요. 오늘부터라도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실천해보세요.

마운드에 섰을 때 흔들리지 않는 투수가 되는 길은, 거창한 재능보단 매 경기 조금씩 멘탈을 다루는 경험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