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좋아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해보셨을 거예요.
“저 선수는 언제부터 야구를 했을까?”,
“프로가 되려면 도대체 뭘 얼마나 해야 하는 걸까?”
특히 야구를 이제 막 접한 성인 입문자분들 입장에선, 텔레비전에 나오는 선수들이 마냥 대단해 보이기도 하죠.
그런데 알고 보면, 프로 선수가 되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오랜 시간과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는 길입니다.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세계죠.
이 글에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해서 프로 선수가 되기까지의 현실적인 과정을, 가능한 한 가까운 시선에서, 전문가처럼 딱딱하지 않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야구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노력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삼 느껴보는 계기가 되실 거예요.
야구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된다
한국에서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점은 대부분 초등학교 3~4학년입니다.
물론 요즘은 유소년 야구 교실이나 주말 리그 등에서 1~2학년 때부터 야구를 접하는 아이들도 많지만,
정식으로 ‘야구부’에 들어가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걷는 시점은 초등학교 중학년 무렵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요.
초등학생이 야구 선수가 된다는 건, 곧 일반적인 학생의 삶과는 멀어진다는 의미입니다.
학업과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 야구부 아이들은 하루 대부분을 훈련에 씁니다.
학교 수업도 야구부 일정에 맞춰 빠지거나 유동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요.
하루 일과는 이렇습니다.
- 오전에는 웨이트나 러닝 같은 기본 체력 훈련
- 오후에는 타격, 수비, 송구 등 기술 훈련
- 저녁에는 팀 훈련이나 실전 연습
거기에 주말이면 각종 대회와 평가전, 혹은 원정 경기를 가기도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시기부터 이미 경쟁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전국 초등학교 야구부는 수백 개가 넘고,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미 포지션 경쟁, 입단 순위, 스카우트 여부 같은 이야기들이 오고 갑니다.
부모님들의 헌신도 절대적이에요. 학부모가 야구 인생의 조력자이자 매니저가 되는 셈이죠.
이런 식으로 초등학교 6년, 많게는 중학교 진학 전까지도 선수 인생의 절반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를 보냅니다.
야구를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길이에요.
중·고교 야구부,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야구의 세계가 더 치열하고 더 전문화됩니다.
이때부터는 전국에 이름난 중학교 야구부로 입단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되고,
‘어느 학교 출신이냐’가 이미 야구 인생의 브랜드처럼 작용하기 시작하죠.
중학교 야구부는 지도자와 코칭스태프의 훈련 시스템, 전국대회 실적, 고교 스카우트 라인까지 고려되기 때문에
단순히 “가까우니까” “친구가 있으니까”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미 선수 부모님들 사이에선 학교 순위표와 진학 루트가 공유되고,
고등학교까지 어떤 라인을 타야 대학이나 프로에 가까워지는지를 전략적으로 따집니다.
중학교 시절부터는 선수 개인의 포지션이 확정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국대회 출전, 타율 및 성적, 신체 성장 상태, 코치진 평가 같은 요소가
고등학교 진학 시 스카우트나 입학 추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그야말로 실전 승부의 세계가 열립니다.
이제부터는 팀 내 경쟁뿐 아니라, 전국의 고교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야 하는 무대입니다.
각종 전국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등)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야 프로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건, 한두 경기 못했다고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
대부분의 선수는 이 시기에 프로의 가능성을 가늠받습니다.
스카우트가 직접 경기장을 찾아와 관찰하고, 기록을 비교하고, 인터뷰를 합니다.
또한 성적뿐만 아니라 부상 이력, 성장 가능성, 태도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고교 시절은 실력과 체력의 승부이면서, 동시에 멘탈과 인간관계, 팀워크의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고교 3학년 시점에서 프로로 직행하는 선수는 아주 극소수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대학 진학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쌓은 뒤 다시 도전하게 됩니다.
드래프트의 벽, 프로 계약까지의 마지막 시험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잘하면 무조건 프로 가는 거 아니야?”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KBO 프로야구는 해마다 약 100명 내외의 신인선수를 선발하지만, 그 문은 너무나도 좁습니다.
먼저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 등록된 엘리트 선수여야 하고
- 고등학교 3학년 혹은 대학 4학년, 군 전역 예정자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 대회 및 리그에서의 실적, 성장 잠재력 등에서 ‘프로급’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드래프트는 지명 순번이 곧 인생의 순서가 되기도 합니다.
1라운드에서 지명된 선수는 억대 계약금을 받으며 주목받지만,
하위 라운드 선수들은 계약도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실제로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고,
계약이 됐더라도 1~2년 안에 방출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프로 계약 이후에도 기다리고 있는 건 또 다른 경쟁입니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실력을 쌓고,
1군 진입을 위한 훈련과 테스트를 거쳐야 하며,
부상 없이 꾸준히 성장해야 비로소 ‘프로 선수’로서 팬들 앞에 서게 되는 거죠.
쉽게 말하면, 야구 선수로 살아남기 위해선 초등학교부터 최소 10년 이상을 버텨야 하며,
그마저도 프로에서 인정받는 선수로 성장하는 건 극소수의 영역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야구장에서 한 명의 선수를 볼 때,
그 뒤에 있는 수천 명의 ‘무명의 선수들’도 함께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험난하지만, 그래서 더 값진 길
야구는 누가 봐도 매력적인 스포츠입니다.
그렇지만 선수의 길은 결코 화려하지만은 않아요.
초등학교부터 시작된 훈련, 수많은 대회, 친구와의 경쟁, 부상과 회복, 부모님의 헌신, 그리고 프로의 좁은 문.
이 모든 것을 견뎌낸 사람만이, 비로소 프로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 설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야구를 사랑하는 입장에선,
한 명의 선수를 바라볼 때 단순히 ‘성적’이나 ‘스타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자리까지 왔는지를 알면 알수록,
선수 한 명 한 명이 살아 있는 드라마처럼 느껴지거든요.
성인 입문자 분들도 야구를 볼 때 단순히 “누가 이겼다” “누가 홈런 쳤다”뿐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선수의 여정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면
야구가 훨씬 더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스포츠로 다가올 거예요.
혹시 내 자녀가 야구에 관심을 가진다면,
이 긴 여정을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야구 선수의 길은 험난하지만, 정말 값진 길이니까요.